[여의도풍향계] 명예롭지만 험난한 말로…여당 대표 수난사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대선과 지방선거, 두 차례의 승리에도 국민의힘 당내 분위기는 어수선한데요.<br /><br />이준석 대표의 입지가 흔들거리고 차기 당권을 놓고 경쟁 구도가 펼쳐지는 모습입니다.<br /><br />역대 집권여당 대표들도 그 자리의 무게 만큼, 갖가지 수난을 겪었습니다.<br /><br />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살펴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이회창, 정동영, 이해찬, 김무성.<br /><br />누구나 소위 '이름 한 번쯤 들어본' 이 정치인들을 관통하는 열쇳말이 있습니다.<br /><br />국내 의전서열 7위, 바로 집권 여당 대표를 지낸 인물이란 겁니다.<br /><br />하지만 너무 높이 올라가서일까요. 역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여당 대표들은 끊임 없는 당 안팎의 견제 속에 험로를 걸어야 했습니다.<br /><br />보수정당에 대한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견인하며 지난 대선과 6·1 지방선거, 두 차례의 선거를 승리로 이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.<br /><br />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얼마 안 돼, 성 비위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의 징계 심의로 최대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이 대표는 2011년 '박근혜 키즈'로 여의도에 등장한 뒤, 10년 만에 헌정사상 최초의 '30대 당 대표'에 올랐습니다.<br /><br /> "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. 다양한 대선주자 및 그 지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입니다."<br /><br />공고한 지역주의의 벽을 깨고 당의 변화를 이끄는가 하면, 거침 없는 직격으로 거야의 공세를 뚫었지만 꽃길은 거기까지였습니다.<br /><br />이 대표가 띄운 혁신위원회를 계기로 '친윤석열계'와 내홍이 벌어지며 고립 양상이 나타난 겁니다.<br /><br />'풍전등화'에 빗대 위태로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에 맞서 이 대표는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.<br /><br /> "(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대표가 윤리위 전 사퇴할 것으로 봤는데) 어떤 인식으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모르지만 그런 일은 없습니다."<br /><br />그러나 경징계라도 내려질 경우 정치 행보에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.<br /><br />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겠습니다.<br /><br />한때 청렴과 소신으로 주목받으며 정치판을 흔들었던 두 거물, 이회창 전 총재와 정동영 전 대표를 잘 아실 겁니다.<br /><br />'대쪽 판사' 이미지로 급부상한 이 전 총재는 대법관, 국무총리, 당수까지 화려한 스펙을 자랑했지만, 한 가지 타이틀을 끝내 가져보지 못했습니다. 바로 '대통령'입니다.<br /><br />유력 대권주자였지만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평가 속에 신한국당 내에서 사퇴 여론이 일었고, 연이은 대선 패배에 씁쓸히 퇴장해야 했습니다.<br /><br />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정동영 전 대표도 대선 패배가 발목을 잡았습니다.<br /><br />17대 대선과 18대 총선에서 각각 이명박 전 대통령,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자리를 내주며 존재감이 흐려졌고, 민생당을 창당해 21대 총선에 나섰지만 낙선했습니다.<br /><br />대권 문턱에 가보기도 전, 당 안팎의 위기로 정치 행보가 흔들린 여당 대표들도 있습니다.<br /><br />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그 중 한 명인데요.<br /><br />제20대 총선을 앞두고, 친박계와의 공천 갈등으로 빚어진 이른바 '옥새 파동'이 연일 언론을 달궜습니다.<br /><br />당초 여유있는 승리를 예상했지만 당내 분열상으로 자멸하며 민주당에 원내 1당을 내줬고, 김 전 대표는 물러났습니다.<br /><br /> "당력을 결집하지 못하면서 많은 국민께 실망을 드렸습니다. 국민만 두려워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."<br /><br />친박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이정현 전 대표는 예기치 못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직격타를 맞아 탈당에 이르렀습니다.<br /><br />잘 나가던 대권주자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오히려 여당 대표가 되자 치솟던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.<br /><br />안으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, 밖으로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존재감을 발휘했는데, 결국 대선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.<br /><br />뒤이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대선 패배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내려왔고,<br /><br /> "저는 평소 책임 정치를 강조해왔습니다. 그래서 민주당 당대표로서 대통령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."<br /><br />명분이 없는 무리수라는 지적 속에서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큰 표차로 낙선해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.<br /><br />내부 견제와 갈등, 선거 패배에 따른 정치적 책임.<br /><br />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여당 대표 다수는 명예로운 출발과 달리, 말미엔 곤혹을 치르고 퇴장했습니다.<br /><br />하지만 여당 대표로서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, 정치권에서 명예롭게 행보를 이어간 경우도 간혹 있는데요.<br /><br />대표적인 사례가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와 민주당 대표를 지낸 정세균 전 국회의장입니다.<br /><br />두 정치인에게 닮은 점이 있는데요. 이른바 '웃는 상', '스마일맨'이란 겁니다.<br /><br />'외유내강'형 인물들로 온화한 성정과 친화력 그리고 포용력이 공통적인 강점이자 임기를 채운 비결로 꼽힙니다.<br /><br />'관리형 리더십'이라고 꼬집는 시각도 있지만, 사분오열 되기 쉬운 당심을 모으고 여야 협치를 이루기 위해 여당 대표에게 요구되는, 가장 중요한 덕목을 갖췄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.<br /><br />당 안팎의 집중 공세로 치명상을 입기 쉬운 만큼, 여당 대표라는 자리는 '독이 든 성배'로 불리기도 합니다.<br /><br />때로는 너무 멀리 내다보느라, 발밑을 내려다보지 못하고 과욕으로 화를 부르기도 합니다.<br /><br />여당 대표의 무게를 짊어지기 위해선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내공도 필요하지만, 김무성 전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 중 이 부분을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.<br /><br />'국민만 바라보고, 국민만 두려워해야 한다'는 겁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.<br /><br />#이준석 #여당대표 #차기정권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